[스페셜리포트]가상자산 제도화 정부 밀어붙이는데…융통성 갖자는 정치권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07-28 15:23 수정 2021-07-28 15:23

ISMS 인증 확보 20개사 불과, 전체 거래소 대비 1/3 수준
실명계좌는 아직도 ‘오리무중’, 거래량도 상승장 대비 1/3
정치권서 유예기간 연장 움직임 일지만 통과 여부 ‘회의적’

사진=뉴스웨이 이수길 기자.
사진=뉴스웨이 이수길 기자.
국내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들이 거래량 감소와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상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 획득, 실명계좌 확보 등 2중고를 겪고 있다. 특금법 상 가상자산 거래소 신고 유예기간이 불과 2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 속 정치권에서는 거래소들을 위해 유예기간 확대를 골자로 한 특금법 개정 움직임이 일고 있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2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거래량 감소와 특금법 상 신고 요건 획득과 관련해 이중고를 겪고 있다.

특금법 상 신고 요건은 ISMS 인증 획득과 실명계좌 확보다. 실명계좌를 확보하지 않더라도 가상자산 거래소 사업은 영위할 수 있지만 원화거래가 제한되며 비트코인 등 다른 가상자산을 활용한 거래만 지원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들은 총 20여개사에 불과하다. 국내에서 운영되고 있는 가상자산 거래소가 60여개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 속 거래소의 1/3만 ISMS 인증을 획득한 것이다.

실명계좌 확보는 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60여개에 달하는 거래소들 가운데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는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및 코빗 등 4개사에 불과하다. 이들 마저도 특금법 유예기간 종료 이후 실명계좌 확보 여부를 장담할 수 없다.

국내 4대 거래소들과 실명계좌 계약을 맺은 케이뱅크, NH농협은행, 신한은행 등 3개 은행사들은 실명계좌 발급 계약 연장 결정을 특금법 상 거래소들의 신고 기한인 9월24일까지 미루기로 했다. 사실상 특금법 유예기간까지 ‘시한부’ 신세다.

4대 거래소들 마저도 실명계좌 계약에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 속 중소 거래소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일부 거래소들은 원화 거래를 아예 배제하고 있는가 하면 ISMS 인증, 실명계좌 난항으로 인해 존폐 위기에 몰리고 있다.

특금법 외에도 가상자산 시장 위축 속 거래량 감소도 거래소들의 시름을 깊어지게 만드는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거래대금에 대한 수수료 수익으로 먹고 사는 거래소 입장에서 하락장은 실적 하락으로 연결된다.

가상자산 시장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올해 상반기, 한때 시장 1위 업비트의 일 거래액은 26조원 이상에 달했다. 코스피와 코스닥의 일거래액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28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업비트의 일거래량은 9조3440억원 수준으로 상승장 시절과 비교해 35% 수준에 불과하다. 28일 국내 4대 거래소의 일거래량은 10조6380억원으로 상승장 시절 1위 업비트 거래량의 절반 이하다.

거래소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 속 정치권에서는 업계 시름을 덜어주기 위해 신고 유예기간을 연장하는 법안들의 입법을 준비 중에 있지만 유예기간이 두달도 채 남지 않은 현실을 고려하면 입법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가상자산 사업자들의 신고 유예기간을 특금법 시행일로부터 기존 6개월에서 9개월로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개정안이 마련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가상자산 사업자의 신고 기한은 9월24일에서 12월24일로 변경된다.

조 의원은 “거래소 신고 기한이 두달 밖에 남지 않아 거래소 줄폐업, 이용자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신고 유예기간을 한시적으로 연장,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정적 법 적용기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해당 개정안이 발의된다 하더라도 통과 여부를 장담하기 어렵다. 당장 신고 유예기간은 2달도 채 남지 않았다. 개정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국회 발의, 상임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국회 본회의까지 거쳐야만 한다.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할 시 통과 가능성이 매우 낮다.

더군다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유예기간 연장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들을 내놓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가상자산 TF 간사를 맡고 있는 김병욱 의원은 최근 유예기간 연장과 관련 “오히려 불확실성만 커질 것”이라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이어진 기자 le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