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CBDC 경쟁 가속…잠잠하던 미국 움직임 포착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10-07 17:27 수정 2021-10-07 17:27

연준서 발행 중요성 강조…정부·국회 문턱 1차 관문
110개국 개발 참여…“패권 경쟁 위해 참여 가능성↑”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유튜브 CNBC Television 캡처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유튜브 CNBC Television 캡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관심을 보이는 국가가 늘어나며 글로벌 CBDC 경쟁이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이하 연준)가 CBDC를 본격 검토하고 관련 보고서를 발표하겠다고 예고했다. 그동안 CBDC 개발에 소극적으로 접근한 바 있는 연준의 이같은 발표로 인해 글로벌 CBDC 경쟁이 한층 가속화 할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은 연준이 CBDC 도입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이와 관련해 대중의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공식 문서를 함께 발표할 계획이다. 이전부터 연준은 CBDC가 장기적으로 많은 활용도를 갖고 있어 연구의 필요성엔 공감하지만, 당장 도입을 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지난달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FOMC 정례회의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CBDC를 도입할지 결정을 앞두고 연구를 진행 중”이라며 “해당 연구에 대한 보고서를 조만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파월 의장은 “CBDC 도입을 통해 얻는 이익이 리스크보다 큰지 최종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며 “속도보다는 정확도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CBDC와 관련한 내용들은 모두 정부의 입장에 따라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미국이 CBDC 도입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미국에 위치한 글로벌 결제 서비스 기업 비자가 관련 기술을 개발하며 추후 민관 협력을 통해 미국의 CBDC 도입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자는 이달 허브 시스템 ‘유니버셜 페이먼트 채널’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시스템은 서로 다른 국가에서 발행한 CBDC를 별도 외환 거래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교환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CBDC가 신용카드를 비롯한 기존 결제 방식들보다 글로벌 송금에서 강점을 지니는 점을 감안했을 때 해당 서비스는 CBDC의 활용처를 넓힐 것으로 보인다.

쿠이 셰필드 비자 가상자산 디렉터는 “스웨덴의 이크로나와 스테이블코인 USDC의 유저가 서로 송금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 화폐의 성공 여부는 화폐와 채널에 상관 없이 어디서든 결제와 송금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앞서 파월 의장이 설명했듯 정부의 지침에 따라 미국의 CBDC 도입 전망은 부정적으로 흘러 갈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CBDC 발행을 위한 법이 마련돼야 하는 만큼 의회로부터 어떤 반응을 얻을 지도 관건이다. 파월 의장이 최근 상원 청문회에서 디지털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법안의 필요성을 호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미국이 CBDC 도입 징조를 보이며 글로벌 CBDC 경쟁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크리스탈리나 조지바 IMF 디렉터는 지난 5일 컨퍼런스에서 “110개 국가에서 CBDC를 일정 단계까지 개발 중”이라며 “상당히 인상적인 결과‘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중국을 중심으로 CBDC 개발 국가가 늘어나는 가운데 미국의 참여가 더해질 경우 양국의 패권 경쟁으로 CBDC 개발이 보다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CBDC는 중앙은행에서 발행한 디지털 화폐로 사실상 가상자산처럼 사용 가능한 법화를 말한다. 현금 사용이 줄어드는 데다, 일부 금융 서비스 소외 계층이 은행이나 금융기관 발행 앱을 사용하지 않고도 송금과 결제를 비롯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 최근 많은 국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CBDC 발행에 앞장서고 있는 중국의 경우 자국 내 4개 주요 도시와 홍콩에 CBDC를 보급하고 온라인 결제와 ATM 설치까지 나선 상황이다.

기태현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중국이 CBDC 개발에 나서는 것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국제 송금과 미국의 경제 제재 국가 등의 틈새를 파고 들어 달러 패권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라며 “사실상 CBDC 개발은 패권 경쟁과 직결된 만큼 미국의 CBDC 도입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