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로 사명 바꾼 페이스북…디엠은 '감감무소식'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1-11-03 07:38 수정 2021-11-03 07:45

메타버스 서비스 주력 위해 사명 변경
NFT 등 결제 서비스 증가할 전망
자사 결제 서비스 활용하겠다던 디엠
월렛 '노비' 출시에도 일정 발표 없어

최근 메타로 사명을 변경한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소개. 기존 주력 서비스인 사회관계망 대신 메타버스를 강조했다. 사진=메타 캡처
최근 메타로 사명을 변경한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소개. 기존 주력 서비스인 사회관계망 대신 메타버스를 강조했다. 사진=메타 캡처
사회관계망 서비스 기업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서비스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며 사명을 메타로 변경했다. 하지만 메타버스뿐만 아니라 광고 등 페이스북의 주요 결제 서비스로 활용될 것이라 기대됐던 가상자산(암호화폐) 디엠(구 리브라)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당초 연내 발행될 예정이었지만, 당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려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페이스북, 메타로 사명 변경…디엠은 '오리무중' = 페이스북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사명을 메타로 변경했다. 기존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더해 메타버스와 NFT(대체불가능토큰) 등의 서비스에 주력하겠다는 의지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역시 사명 변경에 대해 "사명 페이스북은 우리의 일을 모두 담을 수 없게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메타버스란 'Meta(가상)'와 'Universe(우주)'를 더한 단어로 말 그대로 가상 공간에서 타 이용자들과 아바타를 통해 현실에 가까운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아바타를 꾸며 개성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게임 등을 직접 만들 수도 있다. 글과 영상을 중심으로 소통하던 기존 사회관계망 서비스보다 현장감과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서비스로 로블록스와 네이버Z의 제페토 등이 있다.

페이스북은 사명 변경과 함께 NFT 서비스에도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NFT는 분산원장을 통해 한정된 개수만 발행해 자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토큰을 말한다. 증명서뿐만 아니라 그림, 수집품, 게임·메타버스 내 아이템 등을 NFT로 만들 경우 이용자의 월렛에 보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희소성도 있어 자산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게임과 메타버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NFT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페이스북이 다수 글로벌 기업과 2019년부터 개발에 들어간 스테이블코인 프로젝트 디엠(당시 리브라)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스테이블코인이란 비트코인 등 가격 변동성이 심한 초기 가상자산을 대체하기 위해, 특정 국가의 법정화폐와 가격을 연동한 가상자산을 말한다. 미국 달러와 가격을 연동한 USDT 등이 대표적이다.

스테이블코인 운영사들은 가상자산을 발행할 때마다 그에 준하는 지급준비금을 갖추거나, 가격 연동을 위한 별도의 토큰을 발행해 스테이블코인의 가격이 일정 수준보다 높아지거나 낮아졌을 때 이용자들에게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을 교환해주고 초과 물량을 소각하는 식으로 가격을 유지한다.

페이스북은 2019년 6월 디엠의 백서를 공개하고 스테이블코인 개발을 공식화했다. 백서에 따르면 디엠은 국가 간 송금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와 지연 시간을 낮추는 데에 집중했다. 빠르고 저렴한 송금을 통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고 있는 '금융소외 계층'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페이스북은 디엠 생태계를 함께 꾸릴 협회도 만들었다. 당시 협회엔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거래소뿐만 아니라 스포티파이, 이베이, 페이팔, 우버, 마스터카드, 비자 등 굵직한 글로벌 기업들이 대거 참여했다. 페이스북은 당시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던 페이스북 내 광고 서비스 등의 결제 수단으로 디엠을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실제로 페이스북은 이를 위해 가상자산 지갑 '노비'를 발행했다. 업계에선 이용자들이 노비를 통해 NFT뿐만 아니라 디엠을 보관하고, 페이스북과 추후 공개될 메타버스 서비스에서 다양한 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디엠 협회는 2021년 안에 디엠을 발행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지난 10월 페이스북은 가상자산 월렛 노비 출시에도 별다른 디엠 출시 계획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실상 노비가 디엠을 위한 연계 서비스임에도, 디엠 출시는 감감무소식이었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개발사 그라운드X가 가상자산 지갑 '클립' 출시와 동시에 가상자산 '클레이'를 공개한 것과 대조적이다. 클레이 역시 디엠 협회와 마찬가지로 '클레이튼 거버넌스 카운슬'이라는 협회를 중심으로 생태계를 조성해가고 있다. 사실상 같은 구조의 블록체인 프로젝트를 운영 중이지만, 월렛과 동시에 등장한 클레이와 달리 디엠은 출시 기한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구체적인 일정조차 공개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립자. 사진=메타 제공
마크 저커버그 메타 창립자. 사진=메타 제공
◇각국 스테이블 코인 규제에, 디엠 출시 '지지부진' = 업계에선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규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어 디엠 출시 일정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디엠의 노비 출시를 보도한 외신 더 버지 역시 "디엠은 여전히 규제 문제를 직면하고 있어, 어떤 나라에서도 가상자산을 발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스테이블코인이 일부 개발도상국 등에서 뱅크런을 일으킬 수 있어 바람직한지 의구심이 든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국 바이든 정부 역시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검토 중이다. BIS와 마찬가지로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위기 등의 상황에서 뱅크런이나 펀드런을 일으킬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미국 재무부가 스테이블코인 감독 권한을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스테이블코인 규제 가능성은 더 선명해지고 있다. SEC가 가상자산 프로젝트 리플을 발행한 '리플랩스'를 미등록 증권 발행 혐의로 소송하는 등 그동안 가상자산 업계를 옥죄는 기조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디엠은 출시 계획을 발표한 직후부터 여러 국가로부터 금융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를 받아왔다. 또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발행된 가상자산이 규제를 거치지 않을 경우 자금세탁이나 테러 자금 조달 등에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당시 미국 금융당국은 범죄 악용 가능성을 들어 강력한 규제 의지를 밝히고, 디엠 백서가 공개된 2019년 관련 청문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프랑스에서도 재정경제부 장관이 "디엠은 주권 통화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데에 더해, 중앙은행 총재가 G7을 통해 디엠을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영국 중앙은행 총재도 디엠이 G7의 규제를 받고 자금세탁 방지 등의 조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페이팔, 보다폰 등 일부 디엠 협회 회원사들이 탈퇴 입장을 밝히며, 금융당국의 압박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받기도 했다.

업계에선 스테이블코인을 향한 규제가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각국에서 디지털 법화인 CBDC(중앙은행 발행 디지털자산) 발행을 검토하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을 규제하지 않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CBDC 발행에서 가장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중국의 경우 2022년 베이징 올림픽 때 디지털 위안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일부 도시에서 시범 사용 중이다. 현재 중국은 디지털 위안 전용 ATM을 갖추고, 프랜차이즈 점포뿐만 아니라 전자결제 등에도 사용 중이다.

기태현 서울여자대학교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SEC 등에서 가상자산을 규제하려는 것은 CBDC의 경쟁 서비스이기 때문"이라며 "중국이 CBDC를 발행하면서 달러의 영향력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이 CBDC 개발에 나서는 것은 디지털 위안화를 통해 국제 송금과 미국의 경제 제재 국가 등의 틈새를 파고들어 달러 패권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라며 "사실상 CBDC 개발은 패권 경쟁과 직결된 만큼 미국의 CBDC 도입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주동일 기자 jd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