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된 규제, 암호화폐 수용 못해"…외환법 전면 개편한다

블록스트리트 등록 2022-07-06 08:33 수정 2022-07-06 08:33

[新 외환법 제정방향 세미나]
지급결제 중심 금융시장 변화…거래비용 축소 위해 혁신 가속화 전망
암호화폐, CBDC 등 新대외지급 수단 등장…외환법 새 규율로 다뤄야

新 외환법 제정방향 세미나 / 김건주 기자
新 외환법 제정방향 세미나 / 김건주 기자
학계와 연구기관, 시장 참여자들이 현행 외국환거래법(외환법)의 전면 개편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대외금융자산의 증가와 암호화폐 등 대외 지급수단의 변화로 23년 전 제정된 외환법령을 폐지 후 제정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1999년도에 제정된 현 외환법은 일정금액 이상 해외송금을 하거나 해외 국가에 투자할 때 정부에 사전·후 보고나 신고를 해야 한다. 특히 은행과 달리 증권업 등은 환전·송금 업무에 제한이 있다.

정부는 금융환경의 변화에 따라 외환법을 전면 개편키로 하고 논의에 착수했다. 해당 의무조항을 완화해 수요가 늘어난 외환거래의 불편을 해소하고 은행과 증권, 보험, 핀테크 등 업권별로 상이한 외국환 업무 취급 범위를 다시 조정키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여의도 수출입은행 6층에서 개최한 '新 외환법 제정방향'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을 상세하게 논의했다.

세미나는 방기선 기획재정부 제1차관의 개회사와 2개 세션으로 구성됐다. 방 차관은 외환법 전면 개편에 앞서 "과도한 규제 철폐, 쉽고 단순한 거래 절차, 철저한 위기대응 등 세 가지를 중심으로 대내외 금융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하면서도 합리적인 외환거래법령을 마련하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강동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과 이승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외국환거래법령의 현황과 경제 환경 변화에 따른 외국환거래법령의 개편 필요성'을 발표했다.

강동수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 활용성이 높아지며 지급결제분야를 중심으로 금융혁신이 일어나고 있다"라며 "거래비용 축소를 위해 금융혁신은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핀테크 ▲암호화폐(가상자산) ▲탈중앙화금융(디파이, DeFi) 등이 금융과 결합해 새로운 금융상품이 나타났으며 금융혁신 수용 차원에서 소액 환전, 외화송수신 허용 등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승호 선임연구위원은 "외환거래법의 현주소에는 외화의 유입을 촉진하고 유출을 억제한다는 암묵적인 철학이 상존하고 있다"라며 "암호화폐,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등 새로운 대외지급 수단 및 방법이 등장하고 있는 만큼 외환법이 새로운 규율로 모색해 나갈 필요가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국민불편 해소 및 거래자유 보장 ▲금융산업 외환경쟁력 균형적 발전 ▲효율적 모니터링과 대외건전성 ▲개방경제하의 결제활력 제고 등으로 인해 외관거래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라고 전했다.

이어지는 토론에는 ▲강삼모 국제금융학회장(동국대학교 교수) ▲성태윤 연세대학교 교수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응철 우리은행 부행장이 외환거래제도 현황과 문제점을 논의했다.

토론자들은 우리의 경제 체질 변화에 맞춘 외환법 개편 필요성에 공감하는 한편, 은행권-비은행권간 외환규제의 비대칭성 개선시 일정 수준 이상의 위험관리능력과 재무적 안정성이 요구됨을 강조했다.

비은행금융사의 해외업무 지원 차원에서 외국환 업무 취급범위를 은행수준으로 확대할 필요성과 암호화폐, 간편결제 서비스 등 새로운 대외지급 수단과 방법 등에 대비한 적절한 대응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특히 박해식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융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며 국내 금융사가 국내만을 대상으로 하면 성장에 한계가 있다"라며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하는데 금융사가 해외에서 원활하게 업무를 하려면 외환법을 개정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다만 "보수적인 자산운용을 하는 은행과 대비해 증권사의 공격적 자산운용 면에서는 한국은행의 외환 전산망에 비은행 금융사도 들어가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또한 "암호화폐 등 새로운 시장이 나오고 있기에 어떻게 내용을 담을지 검토해야할 시점된 것 같다"라며 "외국환 거래에 해외 거주자와 비거주자 간의 암호화폐 거래를 해당 법안에 정의할 수 있는지, 또 암호화폐 거래를 거주자와 비거주자·거주자와 거주자가 거래하는지 확인이 가능한지 이같은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신 외환법 제정방향'을, 정순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법령 정합성 제고방안'을 발표했다.

김성욱 국장은 "신(新) 외환법 제정을 통해 외환거래 사전 규제 완화와 함께 새로운 거래 유형에 대한 대응성을 확대하겠다"라며 "외국환 업무 취급기관의 업무 범위 확대뿐 아니라 단계적인 원화국제화 기반 마련, 해외 직접 투자 및 거주자의 해외 증권 취득 관련 규제 완화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정순섭 교수는 "새로운 외환제도는 외국환 정보의 집중과 관리를 1차적 목적으로 하되, 비상시 국가 개입을 통한 대외거래 발전도 2차적 목적으로 규정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기재부는 세미나에서 제시된 정책 제언은 향후 '외환제도 개선 민관합동 TF'의 논의과제로 활용할 방침이다. 김성욱 기재부 국장 "올해 말까지 개편 기본방향 만들 것"이라며 "외환거래 관련 의견을 폭넓게 청취해 제정 방향에 반영하는 실질적인 개선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김건주 기자 kkj@